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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뜰/영상

梁靜茹(양정여) - 崇拜(숭배) MV

  梁靜茹(양정여)라는 대만가수의 앨범 '崇拜(숭배)'[각주:1]라는 노래가 있다. 이번 금곡장(Golden Music Award)[각주:2]에서 최우수 여자가수상, 최우수 편곡상, 최우수 뮤직비디오상의 4개부문의 후보에 올라와있는데, 오늘은 그 뮤직비디오에 대해서 짤막한 노트를 해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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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비디오를 담당한 사람은, 대만에서 뮤직비디오계의 거장으로 불리는 주격태(周格泰/Chou, gu-tai)감독인데, CF나 드라마를 찍으면서 간간히 뮤직비디오를 그냥도 아니고 상당한 정성을 들여서 적은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뮤직비디오를 찍는 스타일도 중음뮤비에서는 흔하지 않은 드라마타이즈의 형식이거나,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고 실험성이 있는 작품의 성격을 띄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화면에 중시하다 보니 노래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비평도 함께 듣고 있는 감독이기도 하다. 하지만, 같은 드라마타이즈라고 해도 우리나라식으로 그런 격정적이거나 죽음같은 그런 자극적인 요소는 배제하고, 상당한 감각과 서정성이 있는 작품들을 만들어 내서, 개인적으로는 이 분의 작품만 콜렉팅할 정도로 매니아이기도 했다.

그러나, 양정여의 '爲我好(위아호)'나 광량의 '童話(동화)'이란 곡의 뮤직비디오에서 뭔가 어긋난다고나 할까, 우리나라식의 냄새를 느끼게 하는 내용에 많이 실망을 한 이후로는 오랫동안 관심을 멀리 두고 살았는데, 이번 금곡장의 후보리스트를 보다가, '崇拜(숭배)'란 곡으로 간만에 뮤직비디오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것을 보고, 간만에 작품을 찾아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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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뮤직비디오의 무대는 일본 북해도(홋카이도)의 「水の教会」(미즈노쿄카이)라는 곳으로, 홋카이도 중부의 후라노 지방에서 가까운 '토마무'라고 곳에 있는 교회인데, 건축물을 세계적으로 유명한 安藤忠雄(안도 타다오)씨가 설계한 것으로 꽤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일본의 여성들에게는 상당히 동경하는 예식장이라는 기사도 신문에 실린 모양이다. 참고로, BoA의 '메리크리'의 자켓과 뮤직비디오도 이 곳에서 찍었다고 한다.

교회 벽면

감독은 교회 벽에 나있는 각 구멍에 이름을 붙였다. 질투, 고독 등등.


일주일간 뮤직비디오 두편을 위해서 로케를 시작하다가 레코드사와 실랑이를 하면서 촬영로케기간을 늘려서 꽤 골치를 아프게 했다는 후문도 들리던데, 주격태 감독 답고도 그라서 가능한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그러고 보면 주감독은 서로 잘 맞는지 어쩐지 모르겠지만 양정여씨나 광량씨와는 거의 매번 작업을 하는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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崇拜뮤비를 보면, 우선 선명하게 다가오는 것이 빨간 단풍색이다. 등장인물은 노래를 부르는 양정여씨, 노인 한명, 그리고 헤드폰을 끼고 나오는 여학생 해서 3명. 각자의 나름대로의 사연을 직접 내보이지는 않지만, 양정여씨가 교회의 벽에 나있는 구멍을 향해서 고해성사를 하듯 노래 부르며 괴로워 하고, 노인도 묵묵히 상념에 잠기다가 눈물을 흘린다. 나중에 여학생도 음악을 들으며  눈물을 글썽거린다. 그다지 별다른 설정이 없는데도, 분명히 뮤비를 보기 전에는 그냥 좋은 노래였던 것이, 이 뮤비를 본 이후로 나는 이상하게도 이 곡을 들으면서 조건반사적으로 눈물샘이 뜨거워졌다. 이런 불가사의한 힘을 느끼게 하는 건, 감독의 탁월한 센스이겠지만, 그만큼 변화도 느껴지는 부분일 수도 있을 거이다. 분명히 노래가 들리기 시작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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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우감독 작품의 특징 또 하나는, 곡이 끝나고 에필로그가 있는데, 적절히 아카펠라식의 버전을 차용해서 곡의 여운을 남기게 하는 효과를 의도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이번에도 열려있던 교회의 문이 잠기면서 물위에 있던 십자가와 문양이 겹치게 하고, 가수가 노래하던 그 구멍에서 눈물이 흘러나오는 장면은 정말 나를 한동안 넉아웃 시켰더랬다. 간만에 열광하던 그 시절로 돌아가서 넉아웃, 그리고 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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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숭배' 말고도 또 한편의 뮤직비디오 「會呼吸的痛」(회호흡적통)도 찍었는데, 이것이 또한 늘상 익숙하던 중음뮤비식으로 찍은 것이 오히려 주격태 감독의 작품들 중에는 없던 스타일이라서, 반대로 신선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숭배를 찍으러 토마무로 가는 기차안에서 짬을 내서 찍은 듯 하다, 종종 '주감독이 찍는 이미지식 중음뮤비는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보곤 했었는데, 이런 거구나 하는 묘한 납득이 가는 작품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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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중음뮤비의 앵글에서 보는 일본의 풍경도 또한 흥미로운 점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주감독 답지 않게 힘을 뺀 모습이 보이지만, 주감독의 나름대로의 센스는 여전히 살아있어서, 이쪽도 결과적으로 앨범만 들었을 적에 평범하게 들렸던 곡이 괜찮은 느낌으로 살아났다.

+

결국, 올해 19번째 금곡장에서 최우수 뮤직비디오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恭嬉發財 ^^
  1. 나중에 2번재 리패키지로 뮤비를 담은 DVD를 부록으로 해서 발매했음 [본문으로]
  2. 대만에서 매년 열리는 가장 권위적인 음악시상식 중 하나. 수상자 선정기준에는 그래미시상식 처럼 비평가의 점수가 좌지우지 하는 경향이 많음.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