許茹蕓 - 好聽EP
JS - Bianco EP
중음에 빠졌던 시절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대만의 국어권 음악.
매일 일어나자마자 켜서 잠자기 직전까지 보던 것이 채널브이차이나였고, 듣던 것이 중음이었으며, 사던 것이 어렵게 홍콩을 거쳐서 들어오는 수입반 CD였다. 남들은 편히 동호회에 가입해서 자료실에서 다운받는데, 나는 미련하게도 철저히 검색엔진을 붙잡고 검색해서 직접 찾아냈다. 어휴, 그러다 보니 남는건 번체 빨리치기고, 검색실력이지.(그러면서 10억 중국인이 쓰는 간체는 캐무시하는 이런 무슨 배짱이;;) 대학4년간 유일하게 A+학점을 받은 과목이 '동남아 관련 정보검색'이었으며, 인터넷 정보검색사 1급시험에 별다른 공부도 없이 단번에 붙은 것도, 정작 취업해서 실무경력에서 가장 많았던 것이 사이트 검색기능 개발쪽이었던 것도, 다 까닭이 있던 것이다.남들은 자막보고 드라마나 쇼프램을 계속 돌려보다가 일본어라도 늘던데, 나는 엉뚱하게도 이런 식이었다. 아무튼 그 당시에는 어느 가수를 막론하고 발매되는 노래는 한번씩이라도 들어보려고 했었으면서도, 중음동호회 같은데에서도 나는 전혀 영화나 드라마랑은 안친해서 같은 동호회 사람들끼리도 중음동호회=중영동호회가 대부분인 분위기에 맞지를 않고 따로 놀아났지.
그 후, 일본에 건너오면서 나를 비롯해서 주위의 많은 것들이 변했고, 처음 HMV에서 한 코너를 다 장악하던 중음코너가 어느새 한국음악에 밀려서 반의 반코너도 못차지하게 되었다. (F4는 빼고,헐헐;;) 그처럼 나도 그동안 생활하면서 매일 지나가며 쉽게 접하게 되는 것이 일음이고, 주위의 지인들도 꽤 이 나라의 음악이나 드라마에 관심들이 늘어나서인지 그런 영향도 받게 되어서 이쪽 노래도 많이 듣게 되었고, 나름대로 좋아하는 가수들도 생겼다. 한류다 뭐다 하면서 점점 변해가는 그들의 모습도 못마땅해진 것도 있었지만, 나도 그만큼 접할 기회를 국내에서 보다 더 상실한 채 시간이 흐르다 보니 점점 잊고 살아가게 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던 것 같다.
아, 막상 두팀의 앨범평이 빠졌군.둘다 眞的好聽! 여운씨의 꾀꼬리 목소리는 어디 안가시고, 곡은 오극군쒸가 썼던데, 곡빨이 아주 살아서 맘에 들고. 오히려 싱글앨범이라 아쉽구료. 왕년의 7개월마다 꼬박내던 페이스는 어디 가시고. 처음으로 출연했다는 드라마는 지난번 집에 잠시 들렸다가 MBC드라마넷에서 해주던 걸 보고 캐폭소를 한 적이... 님은 노래에 전념하심 좋겠는데.
JS는 자켓부터 예전에 '哥哥妹妹'으로 활동하던 시절이 생각나서 풋하며 웃었다만,
노래도 그 시절이 생각나서 반가웠다. 그런데 그동안 내놓은 EP앨범들의 공통점이, 타이틀곡보다 나머지 곡들이 조금 더 좋다는 것인데, 하하;; 전에 잘 사용하고 있던 스킨의 제작자인 Lin님 의 블로그에도 마침 이번 앨범의 두번째 곡이 올라와 있어서 반갑더라. 보아하니 중국대륙쪽 분이신 듯 한데, 빠르군. 언젠가 대만에 놀러갈 일이 생기면 요 EP앨범 세장을 전부 사버리겠어. 그러고 보니 난 대만이란 나라에 한번도 가본 적이 없고나. 헐헐. 일본에 툭하면 오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부터 해봤어야 했는데.
두팀 다 알고 지낸지 8~10년이 되어간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빨리도 변하는 시대에 저렇게 변하지 않은 몇몇 되지 않는 것들을 발견하면 기쁘고도 안도하게 된다. 그리고 역시 중음의 현악편곡은 어느 나라도 흉내낼 수 없는 감동이 있다.(굳이 지적하자면 킹롱선생, 吳慶隆씨의 편곡 -_-b )
더군다나, 이 나라의 서정성은 정말이지... 다 변해가더라도 정말 이것만은 꿋꿋히 지켜주길 바란다.
아무튼 눈물을 글썽인 채, 간만에 중음에 미쳤던 시절을 떠올리며 듣던 하루였다. 누구 가수가 좋다는 게 아니라 그 나라 음악 자체가 좋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역시 대만의 국어권 음악 밖에 없다는 사실이 아직은 유효한 것 같다. 남의 나라 노래를 가져와서 부른다는 일부의 이미지만으로 판단할 게 아니라는 것이지.
+
쓰고 보니, 한국인이면서 너무 한국음악을 외면하는 것 같고. ㅎㅎ 그건 아닌데.. 요즘 유행하는 음악이 나랑 맞지를 않는 것일 뿐이고...
오늘 그동안 욕심에 차있던 듯한 내모습에 부끄러워지면서, 그저 꾸준히 이렇게 앨범을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하며 살았어야 했다는 것을 다시금 되새이게 된다. 순위는 정말 그렇게 좌지우지할 만큼 중요한 것은 아닌데.. 너무 안팔려서 묻히는 것도 문제이긴 하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