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년만에 만나는 지브리의 신작입니다. 더군다나 감독은 미야자키 하야오님이 아닌 장남 고로씨.요즘 흥행은 지브리답게 박스오피스 1등을 달리고 있지만 악평은 있는대로 다 나오고 있죠.
개인적으로는 지난번 하울의 경우를 생각하면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낫다고 싶어서, 원작을 모르면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무시하고 원작을 읽지도 않고 그냥 봤습니다.[각주:1]
이 영화를 보면서 우려한게, 자막이 없이 보기 때문에 어려운 내용을 아직은 바로 듣고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었는데, 그렇게 어려운 대사는 나오지 않습니다. 과거의 작품과 달리 직접 대사로 솔직하게 설명을 하거나 전달하는 면이 있군요. 이야기 흐름도 억지스러운 것은 그리 느껴지지 않았구요. 하지만 역시 어린이에게는 어둡고 이해하기 어려운 주제이겠다 싶더군요. 보다가 자기 딱 좋은 작품이 되버렸습니다.
그리고 이제껏 양념처럼 끼어있던 밝은 캐릭터가 이번에는 전혀 나오질 않습니다. 그런 캐릭터가 상품화가 되서 인기를 모았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상품이 나올런지...까지는 내가 염려할 바는 못되겠죠 ^^;
파파 미야자키[각주:2]가 시사회에서 도중에 잠시 나갔다 돌아와서 관계자를 긴장시키다가, 감상후에 솔직한 것에 합격점을 주었다고 들었는데. 그게 좀 이해가 가는 듯 싶습니다. 처음에는 이리저리 눈에 거슬리는 게 보입니다만,저도 끝나고 나서 '이만하면 괜찮지 않은가' 라고 생각되었거든요. 원작을 모르고 가서 그런지 중간에 오옷!하는 부분이 있었고,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가는 긴박한 장면도 있었구요. 후반으로 갈 수록 한손에 턱을 괴고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가 아래의 그림으로 완성될 때 아.. 이 그림이 그 뜻이었구나 하는 감탄을 했더랬지요.
이 영화의 메세지는 결국 생명은 소중하다..라는 건데, 생각해 보면 과거작들의 공통적인 주제일 수도 있겠습니다.
감독이 직접 각본도 썼다는데, 무언가 내포하고 포장하며 통찰력을 바탕으로 전달하는 아버지와는 다르게 솔직하고 직설적인대사가 많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음~ 설교적인 대사가 좀 많다고 할까. 여기서 좀 호불호가 많이 갈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개인적으로는 그런게 스트레이트하게 와닿는 면도 있다고는 생각하지만서도.
인물들의 움직임도 아버지처럼 화려하고 풍성한 느낌보다는 약간 간결하고 템포가 있는 듯 합니다., 그리고 판타지소설이 원작이면서도 뭔가 기발하고 환상적인 장면은 적습니다. 그게 '솔직하다'라는 평가의 의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미술은 뭐 제대로 아는게 없어서 잘 설명은 못하겠지만서도, 배경이 수채화적인 요소가 더 강한 것 같더군요, 물론 지브리의 특유의 물의 표현이라던지 ,정체모를 기분나쁜 검은 액체의 효과는 그대로 살아있으면서도요. 주인공 아렌이 누워서 자는, 석양이 내려쬐는 돌계단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음악은 담당하는 분이 처음 보는 이름인데, 히사이시죠님처럼 보다가 귀에 확 박히는 감동까지는 아니어도 작품에 잘 스며드는 조화스러운 느낌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역시 테루역을 맡은 신인 테시마 아오이양의 가성은 신선하면서도 상당한 흡인력을 지니고 있군요. 오리콘 차트에서도 싱글이 꾸준히 잘팔리는 듯 하던데요. 그리고 엔딩자막에서 확인한 건데 엔딩테마의 작곡자는 무려 아라이아키노씨 오오~ '時のうた'였던가요? 이 노래도 좋습니다.
성우는 하울떄도 그렇고, 이번에도 주인공에 남자 아이돌 그룹의 멤버를 쓰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여자주인공은 전혀 경험이 없는 신인.. 뭐 나쁘다는 것 보다는 전문성우를 왠만하면 저버리지 말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어서 말입니다. 아렌의 경우는 목소리 연기는 나쁘지 않지만서도, 중간에 깜짝깜짝 놀라며 위화감이 느껴지도록 십대소년의 입에서 2,30대의 목소리톤이 나옵니다. 한마디로 애늙은이를 만든 겁니다;;
테루의 경우에는 신인답게 풋풋하군요. 전문 성우가 간혹 보이는 닭살스러운 면이 없는 것도 있지만, 역시 감정표현이라던지 외치는 것이 약하군요.. 그런대로 거슬리는 것은 별로 없을 정도로 했다고 생각해요.
자, 점수를 매기자면 얼마나 줄까.... 75점정도로 할까요? 아는만큼 보인다고 하지만서도, 최악이네 해외에 내놓기 부끄럽네 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아무래도 과거의 지브리라던지 파파미야자키의 경우에는 전혀 용납이되지 않을 허점이 이곳저곳에서 보여서요. 특히 중간에 포인트가 되야 할 테루가 노래를 부르고 아렌이 그걸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많이 부자연스러워서 안타까웠습니다. 그리고, 작품 전체적으로 신선감이 떨어집니다. 매 작품마다 뭔가 기발하면서 환상스러운 뭔가를 항상 내놓았는데,이번 작품은 기존의 요소의 재활용도 꽤 많이 보입니다. 아무래도 좀더 창의적인 능력은 아드님이 앞으로 키워나갈 일이겠지요.
그리고 일본에서의 평가를 보고 느낀건데, 일본인의 관점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아마도 '이웃집 토토로'나 '센과치히로의 모험'처럼 일본만이 감성을 지닌 것을 원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유명한 서양의 원작 보다는 독창적인 오리지날 시나리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어두운 그림자를 두고 살아갑니다. 내 속에 또다른 나가 있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인간의 양면성과 어느정도 일맥상통할지도. 그런 보편적인 것을 지브리스튜디오 답게 풀어나간 괜찮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제가 쓴 글에서도 그리 좋은 소리가 많이 안나온 것 같군요 ^^;; 아네요 전체적으로는 흡족하게 봤습니다. 뭐, 결론은 직접 보고 느끼시는게 좋다는 거지요.
사족. 제가 사는 근처의 이케부쿠로는 영화를 보는데 편리한 동네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밤8시넘게 방영을 해주는 극장이 꽤 되는데다가 매월 1일이나 수요일의 여성관객할인 외에도 여러가지 할인 혜택이 있더군요.
원래 저는 영상과 원작책이 있다면, 왠만하면 영상부터 보고 책을 읽는 편입니다. 영상을 보고 책을 읽으면 그 표현되지 못하던이야기들이 새롭게 보이고, 눈에 떠올리듯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거니와, 영상을 볼 때에는 원작에 얽매어서 비교하는 등의 감상을 해칠 염려가 없기 때문이지요. [본문으로]
일본에서는 게도전기의 평가를 하면서 미아자키 하야오님을 이렇게 칭하는 경우가 종종 보여서 저도 써보았습니다 ^^; [본문으로]